옛 조상님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조선 선비들의 휴양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입니다. 지금은 더우면 선풍기, 에어컨, 또는 여행을 가서 더위를 피하곤 하는데 

과연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요? 선비들에게 인기 있었던 계곡을 추천합니다.

 

 

 

 

선비들의 더위 피난처, 서울 수성동 계곡

 

 

조선 시대의 선비들은 무더위를 피해 어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까요? 그에 대한 정답은 한양도성 안쪽에 있습니다. 인왕산에서 발원하여 세종마을(서촌)을 지나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옥류동천이 바로 그곳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서울 시내가 현대적으로 개발되면서 하천은 지하로 숨겨지고 아스팔트로 덮여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상류에 위치한 계곡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인왕산 수성동계곡(서울 기념물)은 옛 왕족과 사대부들이 자주 찾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 시대까지는 인왕산 뒤에는 저택과 경복궁이 펼쳐지는 명승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인 겸재 정선이 작품 《장동팔경첩》에 수성동을 담아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또한, 19세기 학자인 유본예가 서울의 관청, 궁궐, 명승지를 소개한 《한경지략》이나 작가 불명의 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에도 수성동계곡이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극찬되었습니다.

 

선비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지인과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기 위해 수성동계곡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계곡물의 소리를 특히 좋아했다고 전해집니다. 추사 김정희도 비가 내리는 날 수성동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시를 썼다고 합니다. 수성동(水聲洞)이라는 이름 자체도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이라는 뜻입니다. 현재는 평소에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으로 되어 있지만,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수성동계곡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십 년 전에는 수성동계곡이 영원히 사라질 뻔했습니다. 1971년에는 계곡 양쪽에 옥인시범아파트 9동이 세워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필요한 개발이었지만, 아파트 건물로 인해 수성동계곡의 경치는 가려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2012년에는 낡은 옥인시범아파트가 철거되고 수성동계곡 복원 사업이 진행되어 현재의 아름다운 경치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수성동계곡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참고한 자료 중 하나는 정선의 '수성동'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림에 그려진 돌다리인 기린교는 아파트 철거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를 통해 예전의 공원 계획을 철회하고 수성동계곡의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수성동계곡이 문화재로 지정될 때에도 기린교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필운대로에서 옥인길을 따라 쭉 걸어 들어가면 수성동계곡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복원된 수성동계곡은 약 190m로 길지 않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수성동계곡은 지역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기린교를 비롯해 안평대군이 살던 집으로 추정되는 비해당 터 등이 계곡 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린교는 길이 3.8m로 장대석 두 개를 붙여 만들었으며, 한양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보존된 가장 긴 다리입니다. 기린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수성동계곡 복원 사업도 요원했을 것이므로, 그 중요성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약간 부족한 수량의 물이 있어 아쉽지만, 넉넉한 바위에 앉아 푹 쉬기에는 충분합니다. 선조들처럼 수성동계곡 바위에서 시를 읊거나 노래를 부르며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수성동계곡은 주변 풍경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계곡 양옆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면 다양한 수종의 식물로 작은 숲을 만나게 됩니다. 인왕산자락길까지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청운공원부터 수성동계곡, 사직근린공원으로 이어지는 2.5km의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인왕산자락길 중간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서울의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이와 같은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풍류가 깃든 계곡으로서 수성동계곡을 추천했습니다. 수성동계곡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조선 시대의 멋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의 복원된 모습을 통해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며 산책을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방문자들은 인왕산과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조선 시대의 선비들이 즐겼던 풍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성동계곡 인근에는 볼거리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은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형성된 세종마을입니다. 이곳은 조선 시대 왕족, 사대부, 중인들이 거주한 지역으로 북촌과 비슷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1920년대부터 몰락한 사대부의 저택이 철거된 자리에 'ㅁ자형' 도시 한옥이 대규모로 건설되어, 지금도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시 한옥은 여전히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며, 최근에는 세종마을 곳곳에 도시 한옥을 개량한 숙소, 식당, 카페, 편집 숍 등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곳의 복잡한 골목을 따라 이리저리 둘러보면 보물 같은 공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2022년 5월에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도 주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방문하면 춘추관부터 청와대 본관, 대통령 관저, 영빈관, 상춘재 등의 시설을 대부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조경이 잘 된 대정원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녹지원에서 열리는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조용한 궁궐을 찾는다면 경희궁(사적)을 추천합니다. 경희궁은 조선 후기 법궁으로 자리 잡은 창덕궁의 보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다른 궁궐에 비해 아담한 모습이지만, 원래 규모는 경복궁의 2/3 수준이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경희궁의 전각들을 해체해 사용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궁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1987년 발굴조사와 복원 작업을 시작하여 2002년부터는 숭정전, 자정전 등이 복원되어 공개되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적어 조선의 왕궁을 고요하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수성동계곡과 주변에는 역사적인 유산과 아름다운 풍경이 많이 있습니다. 방문하시면 예술과 역사를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